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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lody H88A Signature
오디오 >인티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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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명 Melody H88A Signature
상품가격 2,500,000원 50,000
상품코드 0025_00039
모델명 Melody H88A Signature
제조회사 Melody Valve HiFi
제조국 호주
배송기간 2일 ~ 4일
수량선택
매우 실용적인 고급 진공관앰프.
관심품목
 
 


Melody H88A Signature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된 명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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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멜로디(Melody)라고 기억하는지? 불과 서 너 해전만 해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진공관 앰프 메이커로, KT88을 위시해 2A3, EL34 등 다양한 출력관을 쓴 인티 앰프들의 인기는 가히 하늘을 찌를 만했다. 값싸면서 튼튼하고 음질도 뛰어나 솔직히 이런 만듦새라면 반칙 아니냐 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다.
 
사실 늘 호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우리 애호가들 입장에서 이런 제품의 출현은 가뭄의 단비와도 같다. 어지간한 북셀프나 톨보이 스피커들을 넉넉하게 구동하면서, 가격대비 놀라운 성능을 보여준 멜로디의 라인업은 거의 기적과 같다. 특히 KT88을 쓴 제품은 JBL과 탄노이에 좋은 매칭을 들려줬고, 2A3를 쓴 것은 아큐톤을 사용한 스피커들에 특효약이었다. 다시 말해 앰프 값보다 몇 배나 비싼 스피커들을 잘 울려줬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멜로디를 싸고 좋은 앰프로 기억하지만, 외국의 평가는 좀 다르다. 처음 뮌헨 쇼에 갔을 때 멜로디 부스를 보고 깜짝 놀란 것은, WLM을 중심으로 한 유럽제 스피커들과 매칭이 좋을 뿐 아니라, 유러피언의 감성이나 감각에 잘 부합되는 음을 들려줬던 것이다. 현지의 반응도 뜨거워서, 평론가들과 기자들이 꽤나 들락거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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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가끔씩 멜로디의 진화 과정을 체크하곤 했는데, 사실 요즘 멜로디로 말하면 하이엔드 메이커라 불러도 무방하다. 211을 쓴 모노 블록 파워는 수 천만원을 호가하며, 그에 매칭되는 프리앰프나 포노 앰프 역시 상당한 가격이다. 작년에 우연치 않게 중국의 선전에 자주 가봤는데, 그쪽 오디오 시장에서 멜로디의 위치는 가히 독보적이어서, 상당히 호화스런 디스플레이어와 빼어난 음질로 방문객들을 사로잡고 있었다. 그러므로 우리의 뇌리에 각인된 멜로디의 이미지는 초창기에 해당된다라고 봐도 무방하다.

만일 저렴하면서 음질이 좋은 제품을 앰프를 찾는다면, 진공관 방식이 첫 번째로 떠오른다. 이것은 어쩔 수 없다. 같은 퀄리티로 진공관의 음을 TR이 내려고 한다면, 몇 배의 제작비가 소요된다. 특히, 최근의 TR을 보면 순수 오디오용 제품이 드물어 이래저래 물량 투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근래에 우리에게 친숙한 MOS-FET나 J-FET뿐 아니라 실리콘 트랜지스터, STI 등 새로운 출력 소자를 개발하는 점은 그런 면에서 꽤 고무적이다. 그러나 단가를 생각하면 아직은 진공관이란 소재가 우위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물론 일부 애호가들은 진공관 자체의 퀄리티를 논하기도 한다. 물론 고전관을 써서 튜닝을 하면 정말로 근사한 음이 나오지만, 관의 수급이나 상태를 생각하면 함부로 권할 수 없다. 그러므로 내가 만난 많은 진공관 앰프 설계자들은, 통상 구할 수 있는 관에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한다. 일리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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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여기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트러블. 예를 들어 트랜스가 과열되어 불이 난다거나 출력관이 터지는 등,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다. 또 험이나 누설과 같은 부분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요즘 제품들은 대부분 이런 내구성 문제를 상당수 극복했고, 어떤 면에서는 TR보다 더 튼튼하고, 사용상의 편의성도 갖춘 제품도 적지 않다.

이 대목에서 꼭 하나 언급할 것은 바로 예열의 문제. 흔히 진공관은 제 소리를 내려면 30분 정도 예열해야 하지만, TR은 금세 사용할 수 있다. 그래서 TR이 더 편리하다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천만의 말씀이다. TR 앰프도 예열이 필요하며, 경험상 1시간 정도 사용했을 때 제소리가 나왔다. 그런 면에서 예열에 관한 한, TR이냐 진공관이냐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다.

멜로디의 제품들이 각광받았던 것은 음질도 음질이지만, 그 빼어난 만듦새 덕도 컸다. 튼실한 트랜스부터 단단한 섀시는 기본이고, 하드 와이어링으로 배선된 내부의 모습은 정교하기 짝이 없다. 기본적으로 기판이라는 것이 지속적으로 열을 받으면 열화되기 마련이므로, 제일 추천되는 것이 바로 하드 와이어링이다. 이른바 빈티지로 불리는 많은 진공관 앰프들이 지금도 현역에서 활동하는 것은 바로 이런 수법이 개재된 탓이다. 그 점에서 멜로디가 구축한 기술적 완성도는 아무리 칭찬해도 모자라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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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만난 H88A 시그너처는, 이전 모델과 판이하다 싶을 정도로 다르다. 아니 단순히 다른 게 아니라 MK2 아니 MK3 버전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수많은 개량과 업그레이드가 이뤄졌다. 왜 메이커에서 따로 모델명을 만들지 않았는지 의아하지만, 아마도 감히 시그너처라고 붙였으므로 그에 합당하는 자존심을 지켜가기 위함이 아닐까 추측된다. 그래도 만일 전작을 써본 분들이 듣는다면 바로 무릎을 탁 칠 정도로 그 발전의 폭이 엄청나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본 기를 “뉴 H88A”로 부르겠다. 아마 기술적인 내용을 읽는다면, 내 의견이 절대로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본 기가 소개된 것은 2005년 무렵으로, 정확히는 평창동의 모 호텔에서 열렸던 오디오 쇼가 시발점이었다. 그야말로 혜성같이 등장했다고나 할까? 여러 부스에서 다양한 스피커들과 매칭되면서 상당한 가능성을 보였으며, 이후 멜로디 붐이라 해도 좋을 만큼 큰 인기를 구가한 바 있다.

그러나 이 와중에도 애호가들이 모르는 작은 변화들이 몇 가지 있었다. 예를 들어 스피커 단자를 보다 고급으로 한다거나, 전원부 보강을 위해 비마 커패시터를 추가한다거나, 출력관의 바이어스 저항도 산화 금속 저항을 두 개 쓰던 것을 대용량 권선 저항으로 바꾸는 등 눈에 보이지 않은 개선점들이 많았다. 모두 음질 때문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으리라.

그럼에도 메이커에선 MK2나 MK3 마크를 달지 않았다. 아마도 철저한 하드 와이어링이라던가 호블랜드 뮤지캡 커패시터의 동원, 24 스텝 고정밀 어테뉴에이터 볼륨, 세라믹 소재 소켓 등 이 가격대에서 도저히 불가능한 물량 투입을 유지하면서 기본 설계를 바꾸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정책을 취했으리라 보인다. 또 국내 애호가들의 여러 요구 사항을 피드백하면서 파인 튜닝을 실시한 점도 높게 평가할 만하다고 하겠다. 그러던 차에 이번에 뉴 버전이 나온 것이다.

우선 외관을 보면 다소 둥글둥글하던 구작에 비해, 뉴 H88A는 각이 제대로 서 있으면서, 전체적으로 세련되게 다듬어졌다. 특히 볼륨단이나 셀렉터 단에 나 있는 노브는 톡톡톡 기분좋게 걸리는 듯한 감각으로 조정이 되며, 감촉 자체도 좋다. 뭐 그냥 넘길 수 있는 대목이긴 하지만, 사용하다 보면 호감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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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과연 외관만 이렇게 멋지게 바뀌었을까? 사실 출력관으로 KT88을 사용한다는 것만 빼놓고 모두 바꿨다. 아니 모두 업그레이드했다. 그러면서 예전의 모델명을 유지하는 점에서 정말로 대단한 고집이 아닐까 감탄하게 된다. (하긴 요즘 틈만 나면 약간의 변경만 가지고 형번을 바꿔서 파는 메이커들의 얄팍한 상술을 생각해보라.)

일단 관부터 살펴보자. 초단관으로 말하면 구작에서 12AX7을 썼는데, 신작에선 XF184 (3EJ7)으로 바뀌었다. 드라이브관도 6SN7에서 RCA 6BA11(오리저널!)으로 변경되었다. 이게 시사하는 것이 무엇일까? 말하자면 3극관에서 5극관으로 바뀌었다는 뜻으로, 같은 5극관인 KT88을 구동한다고 볼 때 훨씬 이점이 있다. 보다 디테일하고, 투명한 음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 과연 이런 관의 교체만으로 음이 이렇게 멋지게 좋아질 수 있는 것일까? 실은 이번의 변경 내용에서 그것은 아주 일부에 속한다. 좀 더 본격적으로 알아보자.

아까 본 기를 대표하는 컨셉 중의 하나가 호블랜드의 뮤지캡을 쓴다는 것으로 소개했다. 사실 커플링 콘덴서는 진공관뿐 아니라 TR 앰프에서도 음질이나 음색을 결정할 때 매우 중요한 소재다. 그래서 테플론을 쓴 커패시터의 경우 개당 단가가 1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또 실버 포일 커패시터도 상당한 고가다. 그러나 이런 특출난 경우를 제외하면 일반적으로 호블랜드를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멀티캡의 PPMFX를 무려 6개나 동원했다. 아마도 멀티캡쪽이 보다 명확하고, 현대적인 감각의 음을 자랑하기에 이번에 바꿨다고 짐작이 된다.

원래 본 기를 뜯어보면 구작의 경우, 중앙에 커다란 릴레이와 보호 회로가 장착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에 아예 없애버렸다. 이것은 무슨 뜻일까? 어떤 앰프든 보호회로가 많을수록 내구성은 좋아지지만 음질은 열화된다.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최상의 경지는 보호 회로를 쓰지 않으면서 내구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본 기의 최대 성과는 바로 이 부분에 있지 않을까 싶다. 덕분에 베일이 몇 꺼플 벗겨진 듯한 디테일하고, 3차원적인 음을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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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부에 대한 배려도 눈에 띤다. 트랜스의 2차 권선에서 나오는 출력을 브리지 다이오드로 정류해서 사용하는 방법은 종래의 앰프들과 차이가 없는데, 본 기는 무려 4개나 사용했다. 이중 하나는 히터용으로 쓰고, 나머지 3개를 고전압을 만드는데 쓰고 있다. 말하자면 정류에 신경 써서 보다 양질의 전기를 앰프에 공급하고 있다고 판단하면 좋을 것이다.

이런 전원에 대한 배려는 전원 인렛에서 파워 스위치로 연결되는 배선을 무척이나 두꺼운 선으로 처리한 데에서 또 발견할 수 있다. 아니 전반적으로 하드 와이어링 기법이 노련해지고, 능숙해져서 그간 많은 제품을 만들면서 직원들의 내공이 늘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이 부분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것이다.

본 기의 출력은 AB 클래스로 50W다. KT88을 쓴 앰프치고는 과하지 않게 처리했다. 모 앰프의 경우 75W까지 뽑아내는 데에 비하면 약간 부족하지 않나 우려를 가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어지간한 스피커들은 무리없이 구동한다. 개인적으로 이번 시청에서 얻은 큰 수확은 B&W 802 다이아몬드와 매칭이었다.

사실 신생 앰프 메이커의 경우, 그 실력을 가늠하려면 아무래도 널리 알려진 브랜드의 스피커를 동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JBL, 탄노이, B&W 등, 애호가들이 많이 쓰는 제품에서 좋은 음을 내면 합격점을 줘도 무방한 것이다. 당초 이번 시청에선 805 다이아몬드가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그렇게 물리려고 했다. 하지만 이런 세세한 변경 사항과 업그레이드를 아는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만일 802 다이아몬드를 제대로 울린다면 이건 월척이라고 해도 좋고, 심봤다 라고 소리쳐도 좋다.

사실 개인적으로 802 다이아몬드는 많은 앰프들을 물려서 들은 경험도 있으려니와, 참 좋은 스피커라고 생각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그렇게 앰프를 가리지 않으면서 다양한 장르를 소화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무리없이 설치할 수 있는 우리 시대의 아이콘이라 해도 반박할 애호가들이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이 스피커에서 하이엔드의 정수를 만끽하려면 매칭이 그리 쉽지 않다. 아니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려진 모든 브랜드의 스피커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면에서 이 가격대의 제품이 감히 이 스피커를 낭랑하게 울렸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멜로디의 컨셉이나 폴리시를 동조하는 입장에서 상당히 고무적이었다. 물론 802를 쓰는 분들이야 보다 고가의 앰프를 원할 테지만, 어쨌든 803이나 804 정도를 물렸을 때 제값을 톡톡히 한다는 점만은 짚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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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시청을 위해 동원한 소스기는 올리브의 4HD이며, 시청 트랙은 다음과 같다.

-말러 《교향곡 2번 1악장》솔티 지휘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봄》이자크 펄만(vl) &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p)
-빌 에반스
-윈턴 마살리스

첫 곡으로 들은 말러는 리스닝 룸을 가득채우는 음향의 깊이와 넓이가 인상적이다. 다양한 혼과 브라스가 등장하고, 비극적인 현의 울림이 공간 가득 울려 퍼진다. 말러의 음악에서 기대하는 스케일이 충분히 나오며, 개개 악기의 음색이나 정위감도 빼어나다. 멍청한 구석은 하나도 없고, 디테일이 잘 살아있으면서 들뜨지 않는다. 전작의 음을 어느 정도 아는 나는 상당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마디로 이제 멜로디는 상당히 노련해진 것이다.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개인적으로 무척 좋아한다. 이번엔 펄만의 연주로 들어봤는데, 상당히 우하하고 실키한 음색이 포근하게 마음을 감싼다. 그 주변을 에워싼 피아노의 은은한 음향도 무척이나 매력적이다. 중간중간 강력하게 돌진하다가 살포시 풀어지는 대목의 묘사가 능숙하다. 이 조합에서 이런 아름다운 음이 나오는 것은 여러모로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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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에반스의 연주는 빌리지 뱅가드의 라이브 녹음이다. 이 전설적인 클럽을 나도 한번 방문한 적이 있는데, 기본적으로 무대는 역삼각형 구조로 협소할 뿐 아니라, 천장도 낮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당시의 기재로 이런 섬세하고 빼어난 녹음을 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일단 왼편 채널에서 세밀하게 묘사되는 브러쉬 웍의 생생함, 더블 베이스의 적당한 양감을 수반한 워킹 그리고 오른편 채널의 사색적이고 관조적인 피아노의 세련된 울림 거기에 중간중간 끼어드는 관객들의 잡담이나 웃음소리까지, 눈을 감고 있으면 그때 그곳으로 간 것만 같다. 시청이라는 사실을 잊고 정신없이 몰두했다.

마지막으로 윈턴 마살시스의 연주엔 다이앤 리브스가 게스트 보컬로 참여했다. 정통파 흑인 보컬의 대명사답게 파워풀하고, 끈끈하며, 가슴이 후련한 노래를 부른다. 중간에 트럼펫이 등장할 땐 한바탕 태풍이 부는 것과 같다. 이런 파워풀한 연주를 아무렇지도 않게 재생하면서 고도의 다이내믹스와 해상력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어쨌든 뉴 H88A의 등장은 애호가들의 관심을 크게 받을 것 같다. 솔직히 가격을 생각하면 반칙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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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이종학>

사용 진공관 KT88×4, 6BA11×4, XF184(3EJ7)×2
실효 출력 50W
주파수 응답 20Hz∼30kHz
입력 임피던스 100kΩ
출력 임피던스 4Ω, 8Ω
입력 감도 380mV
S/N비 88dB 이상
크기(WHD) 43×18.5×38cm
무게 30kg

수입사 헤르만오디오

Melody H88A Signature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업그레이드된 명작

 

 

 

 

반가운 마음이 앞선다. 몇 해 전까지 진공관 앰프의 베스트셀러로 많은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던 H88A 시그너처가 다시 국내 시장에 돌아온 것이다. 신형으로 바뀌었나 물어 보았더니 부분 변경만 좀 있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긴, 모델 이름이 똑같은 걸 보니 별로 바뀌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많은 메이커들이 제품을 약간 수정하고서 MK2니, 레퍼런스니 온갖 호들갑을 떨면서 이전 제품과 차별화시키고 가격도 올리는 몹쓸 버릇들을 갖고 있었던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니까. 엄밀히 말하자면 H88A 시그너처는 꾸준히, 그리고 조금씩 변경되어 왔다. 2005년 무렵 국내에 맨 처음 출시되었던 모델도 완성도에서 흠을 잡기는 힘들었지만, 스피커 단자가 변경되었고, 전원부 바이패스 커패시터로 비마 커패시터가 추가되었으며, 출력관의 바이어스 저항도 산화 금속 저항을 두 개 쓰던 것이 대용량 권선 저항으로 변경되는 등, 그 사이에 보이지 않게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던 것이다.

 

 

다만 모델 이름은 한결 같았다. 이렇게 적지 않은 변경에도 동일한 모델명을 고수했던 이유는 H88A 시그너처가 애호가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져서 (현대차가 소나타나 그랜저라는 모델명을 그토록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처럼) 인지도를 활용할 목적도 있었겠지만, 제품의 핵심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는 철저한 하드 와이어링이나 호블랜드 뮤지캡 커패시터, 24스텝 고정밀 어테뉴에이터, 세라믹 소켓과 같은 고급 부품들이 한결 같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제품은 좀 다르다. 외관은 전작과 거의 비슷하지만, 완전히 다른 앰프라고 하는 편이 옳을 것이다. 사용된 진공관부터 출력관인 KT88을 빼면 모두가 새로운 것으로 변경되었다. 12AX7이 쓰였던 초단관 자리는 영국산 XF184(3EJ7)로 바뀌었고, 6SN7이 쓰였던 드라이브 관 자리에는 RCA(오리지널) 6BA11이 꽂혀 있다. 진공관만 바뀐 것이 아니냐고? 중요한 것은 XF184라는 진공관은 3극관이 아니라 5극관이라는 사실이다.

 

6BA11도 하나의 관에 3극관과 5극관이 함께 들어 있는 구조이니 그동안 12AX7과 6SN7, 즉 3극관만으로 구성되었던 구동 회로가 이번에는 5극관으로 5극관을 구동하는 새로운 회로로 완전히 바뀐 것이다(보통 5극관으로 5극 출력관을 구동하게 되면 힘이 좋고 풍성한 음을 얻을 수 있다고 하며, 실제로 6V6과 같은 출력관을 드라이브 관으로 사용한 앰프도 있다). 이 정도의 변화라면 모델 이름을 새로 짓거나 최소한 모델 이름 뒤에 MK2가 붙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H88A 뒤에 붙은 시그너처라는 접미사가 이미 어떤 절대적인 경지를 의미하고 있으니 함부로 MK2라는 것을 달기가 민망했던 것일까? 그렇다면 자동차처럼 ‘All New~’를 앞에 붙여보면 어떨까? 사용된 진공관의 형식이 바뀌었으니 내부도 크게 변화했을 것은 자명하다. 바닥을 열어보니 역시 눈에 확 들어오는 결정적 변화가 있다. 그것은 진공관 앰프뿐 아니라 반도체 앰프에서도 음색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커플링 커패시터의 교체다. 이번 제품에는 데뷔 때부터 한결같이 고수해왔던 호블랜드 뮤지캡이 빠지고 멀티캡 PPMFX 커패시터가 사용되었다. 요즘에는 테플론 커패시터니 실버 포일 커패시터니 해서 가격이 100만원이 넘는 커패시터들도 간간히 보이고 수십만 원대의 커패시터들도 흔히 볼 수 있지만, 메이커의 양산 제품이라면 호블랜드나 멀티캡 정도면 가히 최고의 수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호블랜드와 멀티캡은 취향에 따라 의견이 갈리므로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커플링용 커패시터로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최고 수준의 커패시터라는 데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호블랜드와 멀티캡을 비교하면 멀티캡 쪽이 좀더 명확하고 현대적인 소리를 내는 경향이 있는데, 전작이 호블랜드 뮤지캡 네 개와 자사의 로고가 박혀 있는 필름 커패시터 두 개를 커블링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데 반해, 신작은 멀티캡 PPMFX 커패시터만 6개를 쓴다.

 

 

  

다른 변경도 적지 않다. 우선은 중앙에 자리했던 릴레이와 보호 회로가 보이지 않는다. 사실 보호 회로라는 것이, 있어서 안심되는 측면도 없지는 않지만 중요한 출력부에 음을 열화시킬 수 있는 접점을 둔다는 점에서 빼고 싶은 경우도 많은 것이다. 게다가 출력 트랜스가 있는 진공관 앰프의 경우에는 굳이 보호 회로를 쓰는 것이 득이 될지는 진지하게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멜로디에서는 그동안 오래도록 H88A 시그너처를 판매해오면서, A/S에 관련된 경험에 의하여 보호 회로의 유용성에 대해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을 도출하게 되었을 것이다. 음질의 측면, 그리고 오래 사용할 경우 릴레이 접점의 내구성을 고려하면 분명히 환영할 만한 일이다. 보호 회로가 없어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회로를 구성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전원 스위치도 일반적인 로터리 스위치보다는 너무나 커서 대용량 서킷 브레이커로 보이는데, 수축 튜브로 감싸 놓아 자세히 살펴보지는 못했다. 전원트랜스 2차 권선에서 나온 선들은 용처 별로 색선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이전 제품보다 굵은 선들이 사용되어 있으며 정갈하게 꼬아서 배치했다. 하드 와이어링 기술은 처음보다 더욱 완벽해졌다는 인상이어서, 혹시 같은 기술자가 처음부터 지금까지 일하면서 점점 숙달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보면 볼수록 완벽한 와이어링이다. 고전압부에서는 부품의 리드선까지 깔끔하게 감싸놓은 모습, 전원선들을 난연성 섬유로 감싸놓고 구획별로 깔끔하게 정돈해 놓은 모습, 입력선들을 하나의 슬리브 안에 깔끔하게 정리해 놓은 모습을 보면 도저히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진공관 소켓은 모두 세라믹으로 만든 고급 제품이고 와이어링에 사용된 러그들까지 모두 세라믹이다. 혹시 진공관 앰프의 자작을 즐기는 애호가라면, 이 앰프의 내부를 보고 선 처리뿐 아니라 부품의 선정이나 배치에 이르기까지 실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스펙도 다소 변경되었을 것 같아 매뉴얼을 펼쳐보았다. 사용된 진공관은 전술한 바와 같이 XF184(3EJ7) 두 개에 6BA11 네 개, 그리고 KT88 네 개다. 출력은 AB급으로 50W로 동일하고 주파수 특성도 20Hz-30kHz로 동일. 입력 감도도 380mV로 동일하다. 치수는 동일하고 무게는 30kg으로 약간 무거워졌으며 S/N비는 THD 3% 기준에 88dB로 다소 줄었다(전작은 1% 기준에서 90dB). 입력 임피던스가 100kΩ으로 전작인 250kΩ에서 크게 낮아진 것이 눈에 띄는 변화인데, 100kΩ이 되었다면 현대 앰프에 있어서 표준적인 입력 임피던스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옛날보다 소스기기가 월등히 좋아졌으므로 요즘 반도체 앰프들은 대개 50kΩ을 많이 쓴다). 한편 입력 임피던스가 변했다면 볼륨의 저항 값이 변한 것이므로 멜로디가 자랑하는 24스텝 어테뉴에이터가 새롭게 설계되었다는 이야기도 된다. 외관은 변화를 알아채기 힘들 정도로 아주 조금 변했다. 노브의 형상이 약간 변했고 트랜스포머 케이스의 곡률이 줄어 각이 잡힌 정도가 눈에 띄는 변화다. 전면 패널의 폰트도 입력 단자를 표시하는 글씨가 CD, Tuner 등에서 단순한 숫자로 바뀌었고 폰트도 조금 변했다.

 

뒷면의 단자가 바뀐 것은 중요한데, 스피커 단자는 플라스틱 실드가 없는 단순한 타입에 금도금 형으로 바뀌었고, 입력 단자는 미국 CMC 사 제품으로 변경되었다. CMC 단자들은 프랑스의 자디스에서도 즐겨 쓰고 있는 고급 부품이다. 이제 소리를 듣는다. PC와 아톨 DAC100, 동원할 수 있는 대로 인피니티의 북셀프 스피커, 레가 RS7, 로소 피오렌티노 피에졸 등의 스피커에 물리며 들어 보았다. 우선 전원을 넣고 귀를 스피커에 바짝 대보았다. 진공관 앰프에서 흔히 발생하는 험이나 잡음에 대한 테스트다. 지금 켜져 있는 것이 맞는지 확인해볼 정도로 험이나 잡음이 없이 조용하다. 스피커의 그릴을 벗기고 머리카락이 스피커 유닛에 닿도록 다가서기까지 했는데, 이 정도면 정말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약간의 웜-업 후에 첫 곡으로 들어 본 것은 안토니오 포르치오네의 [Touch Wood] 음반에서 ‘Tango Suite’. 기타 줄 뜯는 소리와 울림통을 두드리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허공으로 톡톡 튀어나오는 느낌이 여간 상쾌한 것이 아니다.

 

스펙에서 S/N이 전작보다 줄어서 조금 걱정했는데, 일본의 모 평론가가 이야기했던 ‘청감상의 S/N비’라는 말이 연상되었다. 스펙에서 숫자는 말 그대로 숫자일 뿐이었다. 배경이 투명하기 때문에 섬세한 고역이 잘 살아나고 쭉쭉 뻗으면서 무대도 넓다. 저역은 단단하고 탄력이 있으며 생동감이 뛰어나다. 첼로 줄 긁히는 소리가 서늘한 것이 애호가들에게 ‘이 맛에 오디오 한다’라는 말을 자주 입에 담게 만들 것 같다. 결론을 내자. 멜로디의 베스트셀러였던 H88A 시그너처가 몇 년 만에 다시 돌아왔는데,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변해서 왔다. 전작 H88A 시그너처가 갖고 있던 장점들 - 호화로운 부품과 감동적인 하드 와이어링, 공들인 외관은 고스란히 유지하면서 소리는 더 섬세하고 명확하여 현대적인 하이엔드 음이 되었고, 무엇보다 힘이 좋아졌다는 점이 뚜렷하게 느껴진다. 이 시원하고 상쾌한 소리는 단순히 입력 단자나 커플링 커패시터를 바꾸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물론 XF184나 RCA 6BA11과 같은 5극관 때문도, 보호 회로의 배제나 철저한 와이어링 때문만도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부품보다는 회로, 회로보다는 밸런스 감각인 것이다. H88A 시그너처가 들려주는 이 멋진 음은 바뀐 회로와 함께 모든 구성 요소들이 조화롭게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진공관 앰프는 쌀쌀맞은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음악 애호가, 오디오 애호가들에게 그리운 시절의 따듯한 위안을 전해주는 다정한 동반자 역할을 해줄 것이다. 한참 동안 이 음악 저 음악을 듣다보니 해가 저물었다. 처음 보는 미니어처 5극관 XF184의 불빛이 참으로 아름답게 비친다. ‘이 맛에 진공관 앰프를 쓰는 거야’ 혼자 중얼거렸다. 아마도 한 동안 All New H88A 시그너처와 열애에 빠져야만 할 것 같다. <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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